보조금 과열 경쟁으로 사상 최대의 영업정지를 맞은 국내 이동통신 3사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알뜰폰 업계가 이통 3사 영업정지라는 호재 속에 안정적인 가입자 확보 양상을 보이면서 당분간 번호이동 시장을 주도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의 45일 영업정지 처분 첫 날인 지난 13일 국내 이통 3사는 모처럼 '보조금 휴전' 양상을 보였다. 사상 초유의 2개 사업자 동시 영업제재에 따라 KT와 LG U⁺가 이날부터 영업이 정지되고 SK텔레콤만이 단독 영업을 하면서 이통 3사간 번호이동 건수는 총 3824건에 그쳤다. 사업자별로는 KT와 LG U⁺가 각각 2121건, 1703건의 가입자가 SK텔레콤으로 갈아탔지만 평소 대비 10%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달 들어 12일까지 이통 3사간 번호이동 건수는 5만 건에 육박해 영업정지를 앞두고 보조금 출혈경쟁이 극에 달했다. 

영업정지 첫 날 이통 3사의 번호이동 건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정한 과열 기준인 1일 2만4000건에 비교해도 16% 수준에 불과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2개 사업자 동시 영업제재로 SK텔레콤만 번호이동이 가능하다보니 보조금 경쟁이 사라져 시장이 순식간에 가라앉은 분위기"라며 "방통위 추가 영업정지까지 나오면서 당분간은 이통사들이 보조금 기준(27만원)을 준수하려는 몸사리기가 계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금은 영업정지 위력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 시간이 지나면 이통사들의 가입자 유치전이 언제든지 재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업정지에 들어간 KT와 LG U⁺는 분실·파손, 2년 이상 약정 만료의 경우 기기변경 영업이 가능하지만 지난 13일 관련 실적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KT 관계자는 "이통 3사의 2년 이상 기변 대상자를 합쳐도 37만 명 수준이라 일부 기변 영업이 실적에 큰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알뜰폰(MVNO) 시장은 이통사 영업정지로 수혜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통사의 통신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시장은 지난 13일 신규 번호이동 건수 3848건으로 최근 추세와 비슷했다. 신규 번호이동 건수만 보면 이통사 영업정지에 따른 특수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가입자 순증이 3560명으로 SK텔레콤(2004명)보다 1500명 이상 많았다. 이달 들어 알뜰폰 시장의 하루 평균 가입자 순증이 2000건 수준임을 감안해도 큰 폭의 증가다. 반면, 이날 영업정지로 KT와 LG U⁺는 가입자가 각각 3168명, 2396명씩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폰 중심인 이통사 영업방식과 달리 알뜰폰은 중저가 및 구형폰 위주라 직접 경쟁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세컨드폰 고객 증가와 요금 절감을 원하는 알뜰족들이 늘면서 알뜰폰이 이통사 가입자들을 흡수하는 양상이 당분간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 파이낸셜뉴스